기억의 해상도 The Resolution of Memory
최 영 전우현 김선재
흐리고, 겹치고, 머물다 Blurred, Layered, and Lingered
2026. 6. 5 - 6. 27
Opening 6/5(금) 오후 4시
마리나 갤러리 | Marina Gallery
우리는 매일 수천 장의 이미지 속에 산다. 스스로 선택하지 않았지만 어느새 시선을 점유하는 이미지들 속에서, 세상은 더 선명하게, 더 빠르게 보여줄 것을 종용한다. 그러나 선명함은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 이 전시는 그 강요된 선명함으로부터 기꺼이 비켜선 세 작가의 이야기다. 흐리고, 겹치고, 머무는 방식으로 우리 곁에서 지워진 풍경과 기억을 복원한다.
다만 선명함이 놓쳐버린 흐린 것들 앞에서, 조금 더 오래, 조금 더 깊게 머물기를.
The Resolution of Memory — Blurred, Layered, and Lingered — CHOI Young · JEON Woohyun · KIM Seonjae
We live among thousands of images every day. In a world where images we never chose already occupy our gaze, sharpness is never neutral. This exhibition is the story of three artists who willingly step aside from that imposed clarity — restoring the landscapes and memories erased from our midst through blurring, layering, and lingering.
We invite you to stay a little longer, a little deeper, before the blurred things that sharpness has left behind.
June 5(Fri) — June 27(Sat), 2026 Opening June 5(Fri), 4:00 P.M. Wed — Sun 11:00 A.M. – 5:00 P.M. | Closed Mon & Tue







작업실 방문기 — 𝗧𝗼 𝗛𝗶𝘀 𝗦𝘁𝘂𝗱𝗶𝗼, 𝗕𝗲𝗳𝗼𝗿𝗲 𝘁𝗵𝗲 𝗘𝘅𝗵𝗶𝗯𝗶𝘁𝗶𝗼𝗻 —
6월 3인전을 앞두고, 세 작가의 작업실을 차례로 찾았습니다. 작업과 삶 사이에 남겨진 흔적들, 각자의 시간과 시선을 만났던 순서대로 전합니다.
Ahead of the June group exhibition, I visited the studios of three artists — one by one. The traces left between work and life, each artist's time and perspective, shared in the order I met them.
𝗦𝘁𝘂𝗱𝗶𝗼 𝗩𝗶𝘀𝗶𝘁 𝟬𝟭 / 𝟬𝟯 _ JEON Woohyun

-JEON Woohyun-
전우현의 다정한 채집소
마리나갤러리의 6월 전시 《기억의 해상도: 흐리고, 겹치고, 머물다》를 준비하며 전우현 작가의 작업실 문을 열었습니다. 테이블 위에 정갈하게 놓인 물감 튜브와 붓의 흔적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곳은 마치 사라져가는 풍경과 시간을 조용히 채집해두는 작은 저장소처럼 느껴졌습니다.
전우현 작가는 재개발의 틈에서 홀로 피어난 접시꽃, 오래된 골목 사이로 스며드는 빛처럼 쉽게 지나쳐버릴 수 있는 장면들을 화면 위로 옮겨옵니다. 작가에게 중요한 것은 대상을 재현하는 일이 아니라, 그 안에 어떤 시간과 기억이 머물고 있는가에 대한 감각입니다.
작업실 한편에 놓인 캔버스들에서는 반복된 산책의 시간이 느껴졌습니다. 매일 같은 길을 걷고, 같은 풍경을 오래 바라보며 작가는 이동과 정착, 불안과 회복의 감각들을 화면 안에 천천히 겹쳐갑니다. 그렇게 그의 회화는 도시의 풍경을 그리는 동시에, 그 안을 살아가는 시간의 결을 담아냅니다.
작업실 창밖으로 스며들던 빛과 켜켜이 쌓인 풍경의 조각들은 이제 마리나갤러리로 자리를 옮겨옵니다. 빠르고 선명한 이미지들 사이에서 우리가 놓치고 지나온 작고 흐린 존재들. 전우현 작가의 화면 앞에서, 그 안에 머물던 시간의 온기를 천천히 마주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Woohyun Jeon’s Gentle Archive
𝗦𝘁𝘂𝗱𝗶𝗼 𝗩𝗶𝘀𝗶𝘁 𝟬𝟭 / 𝟬𝟯
While preparing for Marina Gallery’s June exhibition Resolution of Memory: Blurred, Layered, Lingering, I visited the studio of artist Woohyun Jeon. Quiet traces of paint and brushes filled the space — a place that felt like a gentle archive of disappearing landscapes and fading time.
Jeon’s paintings begin with overlooked scenes: hollyhocks blooming beside redevelopment sites, light resting briefly on old alleyways. Rather than depicting objects themselves, the artist captures the memories and layers of time embedded within them.
The canvases gathered in the studio carried the rhythm of repeated walks and familiar paths. Through these accumulated observations, his works slowly overlap feelings of movement and settlement, anxiety and recovery, revealing the subtle textures of life within the city.
Now, those collected fragments of light and memory have moved into Marina Gallery. Through Woohyun Jeon’s paintings, we invite you to pause before the quiet presence of things we may have once overlooked.
𝗦𝘁𝘂𝗱𝗶𝗼 𝗩𝗶𝘀𝗶𝘁 𝟬𝟮/𝟬𝟯 _ 𝗞𝗜𝗠 𝗦𝗲𝗼𝗻𝗷𝗮𝗲

- 𝗞𝗜𝗠 𝗦𝗲𝗼𝗻𝗷𝗮𝗲-
현실의 틈에서, 김선재는 무엇을 응시하는가
마리나갤러리 6월 전시 《기억의 해상도: 흐리고, 겹치고, 머물다》를 준비하며, 두 번째 이야기로 김선재 작가의 작업실을 찾았습니다. 문을 열자마자 마주한 공간에는 다양한 조형물의 골조와 섬세한 회화 작업들이 묘하게 교차하고 있었습니다. 익숙함과 낯섦이 동시에 머무는 감각이 그 공간 안에 천천히 스며들고 있었습니다.
작업실 한가운데 자신의 세계를 바라보던 작가의 시선에서는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화면 위로 불러내는 밀도 높은 응시가 느껴졌습니다. 그는 익숙함과 낯섦이 교차하는 감각의 여백을 화면 안에 천천히 쌓아가고 있었습니다.
김선재의 작업 속 존재들은 구체적인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설명하지 않습니다. 푸른 숲속에서 관객을 응시하는 낯선 눈빛, 빛을 머금은 채 공중을 유영하거나 파도를 가르는 듯한 존재들은 그저 그 자리에 머무릅니다. 작가가 비워둔 여백 속에서 관객은 자신의 기억과 상상을 자연스럽게 호출하게 됩니다.
작업실을 가득 채우던 응시와 사유의 흔적들은 이제 마리나갤러리로 이어집니다. 선명함이 강요하는 익숙한 서사에서 잠시 벗어나, 작가가 열어둔 감각의 틈 앞에 천천히 머물러보시길 바랍니다.
What Does KIM Seonjae Gaze Upon from the Cracks of Reality?
𝗦𝘁𝘂𝗱𝗶𝗼 𝗩𝗶𝘀𝗶𝘁 𝟬𝟮/𝟬𝟯 _ 𝗞𝗜𝗠 𝗦𝗲𝗼𝗻𝗷𝗮𝗲
Preparing for Marina Gallery's June exhibition The Resolution of Memory: Blurred, Layered, and Lingered, I visited the studio of KIM Seonjae — the second artist in our series. The space that greeted me was one where sculptural frameworks and delicate paintings crossed paths in quiet tension. A sensation of the familiar and the unfamiliar existed there at the same time, slowly seeping through the room.
Standing at the center of his studio, gazing into his own world, the artist carried a concentrated stillness — as if calling the boundary between reality and the unreal onto the canvas. He was quietly layering the space between familiarity and strangeness into his work.
The beings in KIM Seonjae's paintings do not explain themselves. A strange gaze from within a deep green forest, creatures drifting through light or cutting through waves — they simply remain. In the space the artist has left empty, the viewer finds their own memories and imagination quietly surfacing.
The traces of that gaze and contemplation that filled his studio now continue on to Marina Gallery. I invite you to step away from the familiar narratives that clarity imposes, and linger for a moment before the sensory gaps the artist has left open.
𝗦𝘁𝘂𝗱𝗶𝗼 𝗩𝗶𝘀𝗶𝘁 𝟬𝟯 / 𝟬𝟯 _ CHOI Young

-CHOI Young-
“흐릿한 경계 너머, 우리는 무엇을 보고 있는가”
마리나갤러리의 6월 전시 《기억의 해상도: 흐리고, 겹치고, 머물다》를 준비하며 세 번째 이야기로 최영 작가의 대구대학교 연구실을 찾았습니다. 대구로 향하는 KTX 창밖으로 빠르게 스쳐 지나가던 풍경들은 흐릿한 잔상처럼 겹쳐졌고, 그 장면은 자연스럽게 최영 작가의 회화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그곳에서 마주한 작가의 밝은 표정은, 화면 위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는 이미지들과 묘한 대비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최영 작가의 작업은 전쟁과 이념, 그리고 충돌하는 시대 속에서 무엇이 선이고 악인지 더 이상 명확히 말할 수 없게 된 감각에서 출발합니다.
제주 4·3의 피해자였던 할머니의 역사를 뒤늦게 마주한 경험, 그리고 어린 시절 바닷속에서 눈을 떴을 때 보았던 뿌연 풍경의 기억은 작가에게 깊게 남아 있습니다. 그에게 '흐림'은 단순한 회화적 기법이 아니라, 역사를 바라보는 태도에 가깝습니다. 유화 특유의 블러링 속에서 대상들은 앞과 뒤, 왼쪽과 오른쪽의 경계를 허물며 하나의 시선 안에 머물지 않습니다.
연구실에서 이어졌던 대화와 흔들리는 이미지의 잔상들은 이제 마리나갤러리로 옮겨옵니다. 선명함을 요구하는 시대 속에서, 최영 작가가 제안하는 흐릿한 경계 너머, 저마다의 시선이 시작되기를.
𝗕𝗲𝘆𝗼𝗻𝗱 𝗕𝗹𝘂𝗿𝗿𝗲𝗱 𝗕𝗼𝘂𝗻𝗱𝗮𝗿𝗶𝗲𝘀, 𝗪𝗵𝗮𝘁 𝗗𝗼 𝗪𝗲 𝗦𝗲𝗲?
𝗦𝘁𝘂𝗱𝗶𝗼 𝗩𝗶𝘀𝗶𝘁 𝟬𝟯 / 𝟬𝟯 _𝗖𝗛𝗢𝗜 𝗬𝗼𝘂𝗻𝗴
Preparing for Marina Gallery's June exhibition The Resolution of Memory: Blurred, Layered, and Lingered, I boarded a KTX to Daegu for the third and final studio visit. The landscapes rushing past the window dissolved into hazy afterimages — a scene that naturally called CHOI Young's paintings to mind.
At his research studio at Daegu University, the artist's bright smile stood in quiet contrast to the restless, shifting images he creates. His work begins from a sensation born in an era of colliding ideologies and conflicts — a world where the line between good and evil can no longer be clearly drawn.
The experience of confronting, late in life, the history of his grandmother — a victim of the Jeju April 3rd Incident — and the memory of a blurred underwater world seen through open eyes as a child have left a deep mark on the artist. For him, blurring is not a technique but a way of facing history. Painted through the medium's characteristic blurring, his subjects dissolve the boundaries between front and back, left and right — refusing to settle within a single gaze.
The conversations that filled his studio and the trembling afterimages of his work now find their way to Marina Gallery. In a time that demands clarity, may each viewer find their own line of sight beyond the blurred boundary CHOI Young offers.
■ 전시 서문 (Curatorial Statement)
기억의 해상도 The Resolution of Memory
우리는 매일 수천 장의 이미지 속에 산다. 스스로 선택하지 않았지만 어느새 시선을 점유하는 이미지들 속에서, 세상은 더 선명하게, 더 빠르게 보여줄 것을 종용한다. 그러나 선명함은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 무엇을 또렷하게 보여줄 것인가를 결정하는 순간, 이미지는 하나의 권력이 되고 배제의 도구가 된다. 선명함이 진실처럼 작동하는 세계에서, 흐릿한 것들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지워진다.
이 전시는 그 강요된 선명함으로부터 기꺼이 비켜선 세 작가—최영, 전우현, 김선재—의 이야기다. 이들은 흐리고, 겹치고, 머무는 방식을 통해 우리 곁에서 지워진 풍경과 기억을 복원한다.
이러한 사유의 궤적은 도시의 경계를 넘어 세 작가의 공간을 오가며 마주한 풍경들로부터 더욱 선명해졌다. 갤러리스트로서 직접 목격한 그들의 공간은 단순한 제작 현장이 아닌, 각자의 방식으로 기억의 밀도를 쌓아 올리는 사색의 장소였다.
최 영의 연구실에서 마주한 환한 미소는 그가 다루는 흔들리는 이미지와 묘한 대비를 이룬다. 그의 작업은 전쟁과 이념이 충돌하는 시대, 무엇이 선이고 악인지 더 이상 선명하게 규정할 수 없다는 감각에서 출발한다. 제주 4·3의 피해자였던 할머니의 역사를 뒤늦게 마주하고, 어릴 적 바닷속에서 눈을 떴을 때의 뿌연 세상을 기억하는 작가에게, 흐림은 단순한 기법이 아니다. 그의 화면 속 대상은 앞과 뒤, 왼쪽과 오른쪽이 하나의 층위 안에서 겹쳐지고 서로를 침범하며, 유화 특유의 블러링(blurring)은 대상을 고정하지 않고 끊임없이 흔들리게 만든다. 그에게 해상도는 기술적 수치가 아니다. 그것은 기억의 밀도이며, 동시에 역사를 바라보는 태도이다.
전우현의 공간은 식물들이 주인공이 되는 다정한 채집소였다. 작업실 한 편에 놓인 노란 꽃 화분처럼, 그는 재개발의 틈새에서 홀로 피어난 접시꽃이나 사라져가는 골목의 빛을 캔버스 위로 옮겨온다. 반복된 산책의 경로 속에서 마주한 대상들을 통해 개인의 이동과 정착, 불안과 회복의 감각을 하나의 화면 안에 중첩시키는 그의 작업은 무엇을 그리는가보다, 그 안에 어떤 시간이 깃들어 있는가를 묻는다. 테이블 위에 정갈하게 늘어선 물감 튜브와 붓의 흔적들은 사라져가는 것들을 향해 그가 얼마나 오래, 깊게 머물러왔는지를 증명하는 숭고한 노동의 기록이다.
작업실 한복판에 서서 자신의 세계를 응시하던 김선재의 뒷모습에서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호출해내는 치열함이 느껴졌다. 다양한 조형물의 골조와 섬세한 회화 작업들이 교차하는 그곳에서, 그는 익숙함과 낯섦이 교차하는 지점의 여백을 묵묵히 쌓아간다. 숲속에서 관객을 똑바로 응시하는 낯선 눈빛, 빛을 머금고 공중을 유영하는 신비로운 존재들은 구체적인 이야기를 강요하지 않는다.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세계를 자신의 기억처럼 느끼는 순간, 관객이 스스로의 기억을 호출할 수 있도록 비워둔 그 여백은 작가의 깊은 고민이 머문 자리다.
세 작가는 서로 다른 지점에서 출발하지만 결국 하나의 질문 앞에 선다. 우리가 선명하게 보지 못했던 것들, 흐릿하게 남겨진 시간들, 겹쳐진 채로 존재하는 기억들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하는 질문이다.
작업실의 공기를 가르며 나눈 대화들, 그곳에 머물던 물감의 냄새와 창밖의 빛은 이제 마리나갤러리라는 공간으로 옮겨왔다. 이 전시는 성급한 답을 내놓지 않는다. 다만 선명함이 놓쳐버린 흐린 것들 앞에서, 조금 더 오래, 조금 더 깊게 머물기를.
글. 함윤희(마리나갤러리)
📰 보도자료 :http://www.daljin.com/display/D109137
🖼️ 작품 문의 및 구매
📞 010-3766-8280 / 031-915-8858
📩 Instagram DM : @marina_h_gallery
작가명: 최영 전우현 김선재
전시제목: 기억의 해상도 | The Resolution of Memory
전시기간: 2026.6.5. - 6.27.